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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Vol. 346

음악으로 마주 앉은 남과 북

SPECIAL ┃공연 미리보기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가득한 때,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엇갈린 남과 북을 마주하게 하는 특별한 공연을 연다. 헤어진 시간만큼이나 달라진 서로의 음악이 다시 만나 어떤 의미를 만들지 기대할 만하다.


올해는 한반도 남북 모두에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남북 정상이 올해만 세 차례 만났으며,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사이의 실질적 종전(終戰)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요즈음 ‘종전’이 자주 얘기되면서 ‘휴전(休戰)’ ‘정전(停戰)’이라는 상황이 잊고 지낸 우리 현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수십 년 동안 전쟁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우리는 물질적·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 속에서 ‘갇힌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던 것 같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남은 한 해도, 그다음 해에도 평화를 향해 뒷걸음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늘 앞서 걸었습니다. 새로운 실험과 함께 대중에게 한발 더 다가서려는 모습입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국악이 대중에게 다가선다는 것이 서양음악 양식을 조금 더 받아들이고, 인기 있는 대중음악 기법을 흔쾌히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 즉 이 땅의 사람들이 겪는 고민과 기쁨을 우리 전통의 소리로 공명(共鳴)하는 것, 그리고 이번 공연이 바로 그 노력의 흔적일 것입니다. 전운이 걷히고 평화의 밝은 기운이 퍼진 올 한 해를 기리고 기뻐하는 자리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마련한 것이죠. 상을 당하면 노래로 아픔을 나눠 위로하고, 경사가 있으면 너도나도 한가락 뽑으며 잔치를 연 우리들의 역사와 마음을 이어 평화의 잔치가 끝나지 않기를,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족쇄를 벗어버리고자 다리에 힘 한번 불끈 주는, 평화의 잔치에서 한가락 뽑아보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엇갈린 남과 북이 민족의 소리, 아리랑으로 다시 만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아리랑은 특정 노래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민족음악, 나아가 민족의 소리라는 보통명사가 돼가고 있습니다. 아리랑은 남과 북 모두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민족의 소리가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뜻깊은 자리에 위촉 초연곡인 김대성 작곡 ‘통일을 위한 반달 환상곡’과 김성국 작곡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원願’이 오릅니다. 이외에 북한음악 세 곡이 남쪽에서 초연됩니다. 이 시대의 민족음악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두 작곡가가 북한곡 세 곡의 앞뒤를 감싸 안는 멋들어진 새로운 아리랑을 만들기를 바라봅니다.

 

 

 

남한의 국악관현악, 북한의 민족관현악
국악관현악 ‘경축’은 북한의 1960년대 대표적인 민족음악 작곡가인 정세룡(鄭世龍 함경북도 성진 출생, 1930~?)이 1961년 전후 상흔 극복을 축하하며 작곡한 민족관현악입니다. 정세룡은 1958년부터 국립고전예술극장 소해금 연주자였으며, 피바다가극단과 국립민족예술단에서 작곡가로도 활동했습니다. 발표된 음원이나 정확한 악보를 확인할 수는 없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재일 음악가의 연주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 곡은 1960년대 초반 일단락된 북한의 악기 개량사업과 함께 민족음악 수립의 첫 단계를 보여줍니다. 악기는 주로 서양관현악과 같이 성부가 나뉜 개량 민족악기가 사용됩니다. 단소와 저대·피리·해금뿐만 아니라 소라·중라·대라·저라라고 하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민족금관악기군도 배치됩니다. 1970년대 서양악기와 민족악기를 배합한, ‘우리식 기악음악’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북한식 관현악 편성 이전의 형태인, 완전한 민족관현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정세룡은 민족관현악에서 장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곡가로, 이 곡에도 휘모리와 12/8박자의 ‘자즌 풍년가 장단’ 등 전통 장단이 맛깔나게 잘 쓰였습니다. 요즈음에는 잘 들을 수 없는 1960년대 북한의 대표적인 민족관현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관현악곡은 이번 공연의 연주곡 중 남쪽의 국악관현악과 가장 비슷하고 친숙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장새납이 주선율을 이끌면서 다양한 기법의 기교와 함께 음악극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아 제목과 같이 흥겨운 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18세이던 1960년 북측으로 귀국한 일본 출신 작곡가 리한우(일본 오사카 출생, 1943~?)가 2004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도 이번 공연에서 연주됩니다. 리한우는 1970년대 강원도예술단을 거쳐 1994년부터 윤이상음악연구소의 작곡가?작곡실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형이 재일 작곡가 리철우(공훈예술가), 형수가 무용가 리미남(인민배우), 조카가 지휘자 김홍재 등입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는 그가 작곡가로서 원숙미를 갖춘 62세에 만든 것입니다. 보리타작할 때 부르던 민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촌스럽지 않으면서 세련되게 그 나름의 맛을 잘 살렸습니다. 도입부터 힘찬 바이올린 소리로 청중을 주목시킨 후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하면서도 기교가 섞인 연주를 보여줍니다. 도리깨로 보리를 한 번씩 후려치며 터는 과거의 보리타작이 아닌, 커다란 탈곡기로 알곡을 줄기차게 털어내는 광경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협연자로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이 함께합니다. 이번에 연주되는 북한곡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소 협주곡 ‘긴아리랑’은 본래 훌류트(플루트)와 관현악을 위한 민요 ‘긴아리랑’을 주제로 한 변주곡으로, 앞서 이야기한 작곡가 리한우가 2006년에 만든 곡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플루트를 국악기 단소가 대신하게 되는데 북한 단소의 권위자인 재일교포 연주자 이동신이 함께합니다. ‘옹헤야’의 경우 서양관현악 편성이 국악관현악으로 바뀌지만 주선율 악기는 그대로 바이올린이 사용되는데, ‘긴아리랑’의 경우 주선율 악기를 국악기로 바꾸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가 원곡과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됩니다. 이 곡의 경우 흔히 알려진 북한의 관현악곡과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한우는 1994년부터 윤이상음악연구소에서 활동하면서 서양의 현대음악을 받아들였습니다. 윤이상음악연구소는 단지 윤이상의 음악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 북한음악계의 대외 창구를 맡아 서양의 현대음악과 교류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리한우가 윤이상과 윤이상음악연구소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이 바로 ‘긴아리랑’이 아닌가 합니다. 시작과 끝에 선율과 엇갈리는 피아노음이 반음계적 불협화음으로 등장하고, 박자의 잦은 변화와 함께 불균등한 박자, 불규칙적인 단락감 등이 나타나는 점이 그렇습니다. 다른 두 곡과 달리 선율도 온전히 기승전결로 진행되지 못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러한 실험이 가능한 데는 기교가 많고 전문 소리꾼에 의해 불리던 민요 ‘긴아리랑’의 도움이 커 보입니다.


어쨌든 이는 북한음악의 기존 특징과는 사뭇 차이를 보입니다. 관현악곡만이 아니라 북한의 음악 자체가 대중성, 즉 통속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족적이면서도 익숙한 민요나 소위 명곡의 선율을 통째로 사용해 음악을 구성하곤 합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선율에 조성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구성하죠. 그래서 북한음악은 가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고 전달할 수 있는 ‘선율’이 중심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자나 단락도 비교적 균등하고 규칙적으로 구성됩니다. ‘긴아리랑’이 북한음악의 특징을 거스르는 흐름은 아닐지라도, 북한음악의 다양성 수용과 세계와의 대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창작 시기와 음악적 경향대로 세 곡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첫 번째로 주목할 대목은 ‘북한 관현악의 맛’입니다. 북한의 음악, 관현악에서 중요한 개념은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대중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족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성을 담아내고, 어떻게 대중성으로 풀어내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런 면모를 이번 공연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러한 점이 편곡을 맡은 남한 작곡가 조원행?장석진?최지혜의 손을 거쳐 우리와 어떻게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지가 눈여겨볼 대목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의 관현악이 남한의 국악계에서 어떻게 재창작될지, 편곡자는 원곡과 다른 새로운 음악적 의미를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하게 볼 대목은 엇갈린 남과 북이 민족의 소리, 아리랑으로 다시 만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기쁜 자리를 연다는 것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한반도와 우리 삶 곳곳에 평화가 뿌리내릴 때까지 박수 치고 어깨를 들썩이자는 겁니다. 그럴 수 있는, 소박하지만 즐거운 자리가 이번 공연이 되기를 바랍니다.

 

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사진 출처 김덕균·김득청 ‘조선민족음악가사전(상)’, 연변대학출판사, 1998.

 

국립국악관현악단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날짜       2018년 11월 22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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