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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Vol. 346

젊은 안무가의 유쾌한 장단놀이

프리뷰1┃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올해 초 ‘넥스트 스텝 I’을 통해 선보인 이재화의 안무작 ‘가무악칠채’가 호평에 힘입어 재공연된다. 초연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가미해 긴장감 넘치는 공연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영화 ‘인셉션’ 같은 꿈을 꿨어요. ‘해리포터’의 세계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는데 갑자기 장면이 바뀌어 ‘타짜’가 된 거예요. 그런데 ‘타짜’의 세계에서도 마법이 계속 존재하더라고요. 내용은 연결되지 않지만 장면은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이 ‘인셉션’의 한 장면 같았죠.”
이재화는 요즘 고민이 많다.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자신의 안무작 ‘가무악칠채’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국립무용단이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넥스트 스텝 I’을 통해 30분 분량으로 초연했다. 농악에서 주로 쓰는 칠채장단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은 직관적인 무대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좋은 평가를 얻은 데 힘입어 이번에는 1시간 분량의 단독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재화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늘어난 시간 동안 칠채장단을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아직까지 막막함이 크다”라면서 “30분 길이의 공연에서 늘릴 건 늘리고, 비울 건 비워 1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 ‘인셉션’을 연상케 한 꿈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었다. “꿈을 심는 ‘인셉션’처럼, 관객에게도 USB를 꽂은 듯 지루하지 않게 칠채장단을 전달하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가장 한국적인 장단으로부터
놀라운 것은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 호평받은 이 작품이 이재화가 대학을 졸업한 후 전문 무용수로 처음 발표한 안무작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언젠가는 안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라며, “안무는 자신의 몸에서 편하고 자연스럽게 나오기 마련이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넥스트 스텝 I’이 그 기회가 된 것이다.


처음부터 칠채장단을 소재로 삼을 생각은 아니었다. 이재화에 따르면 ‘가무악칠채’는 ‘넥스트 스텝 I’ 공모에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과 본 공연이 50퍼센트 가까이 달라졌다. “프레젠테이션 때는 국립극장 3개 전속단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작품으로 ‘가무악’을 중심에 두었다”라며, “안무를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칠채장단에 초점이 맞춰졌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립무용단이 2016년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함께 발표한 ‘시간의 나이’가 있다.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내외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시간의 나이’ 한국 초연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공연하는데 반응이 180도 달랐어요. 전혀 다른 공연을 한 것 같았죠. 차이가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프랑스 관객에게는 우리 장단이 처음 느끼는 새로운 리듬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장단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칠채장단에 생각이 이르게 됐어요.”


복잡한 변박으로 이뤄진 칠채는 사물놀이에서 주로 쓰는 장단으로, 한국무용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낯선 장단일 수 있지만 이재화에게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로 전문 연주자 못지않은 장구 실력을 지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장구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이재화는 “칠채는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장단”이라며, “볼레로처럼 칠채장단을 반복하면 어떤 몸짓이 나올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1시간으로 길이가 늘어난 이번 공연은 초연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가미할 예정이다. 무용수로는 초연 무대에 출연한 송설·조용진·박혜지·조승열과 함께 이요음·황태인이 가세한다. 지난 공연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 국립창극단원 김준수 도 흥을 더할 예정이다. 이재화도 초연과 마찬가지로 무용수로 무대에 올라 이들과 함께한다.


“이번에는 음악의 비중을 높여 한 템포 쉬어가는 느낌의 신도 만들어보려고 해요. 지난 공연 때 무대가 너무 꽉 차 있다는 평도 있었거든요. 장면을 새로 추가하는 동시에 가득 찬 것을 비워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속도감 있는 한국영화를 보면 조용한 신이라도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흘러가잖아요. 그런 영화처럼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쉬고 있더라도 긴장감이 이어져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내 색깔은 ‘독립영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장구를 배웠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박자 감각을 몸에 익힌 이재화는 중학교 때부터 춤에 대한 끼를 드러냈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힙합에 빠져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한국무용을 권했다. 그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며 국립무용단까지 오게 됐다.


한국무용과 처음부터 쉽게 친해진 것은 아니었다. ‘살풀이춤’처럼 느린 춤을 배울 때는 좀이 쑤시기도 했다. 국립무용단 활동은 상상도 못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국립무용단 공연을 보고 든 생각이 ‘여기는 내가 못 가는 곳’이었을 정도니까. “대학에 들어간 때에 한국무용을 현대무용과 접목하려 한 시도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적인 걸 배제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래서 국립무용단은 내가 갈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아이로니컬하게도 지금의 국립무용단 활동은 자신과 잘 맞아 만족스럽다. 그는 해외 안무가와 작업하는 등 국립무용단의 색깔도 많이 달라졌고 ‘넥스트 스텝 I’처럼 단원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 좋다며 웃었다.


2011년 인턴단원으로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뒤 2014년 7월 정단원이 됐다. 인턴 기간을 포함하면 8년을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한 것. 이재화는 “벌써 8년이 됐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라고 지난 활동을 돌아봤다. 국립무용단을 통해 나의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달라졌는지 생각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도 털어놨다.


이재화가 말하는 ‘자신만의 색깔’은 영화로 비유하자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에 가깝다. “대극장 작품인 ‘향연’이나 ‘묵향’이 상업영화라면, 제가 만들고 싶은 중·소극장 작품은 독립영화의 느낌이에요. 제 색깔은 사실 독립영화에 좀 더 가깝거든요. 국립무용단에 입단할 때만 해도 무용극이 많아서 저와 잘 맞을지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룰 정도로 무용단 색깔도 많이 달라졌죠. 무용단의 색깔과 저의 색깔을 같이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국립무용단이 추구하는 ‘전통의 현대화’는 “단순한 컬래버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어떻게 공감을 얻어낼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아이돌’에 등장하는 ‘덩기덕 쿵더러러’는 굿거리장단이에요. 외국인은 처음 듣는 리듬이죠.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이질적인 느낌의 리듬이 그들에게 신선하지 않았을까요. 한국무용도 이런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립영화에만 머물지 않고 상업영화처럼 더 알려지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죠.”


첫 안무작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은 만큼 계속 안무에 도전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아직 이른 질문이었을까. 돌아온 대답은 “안무는 너무 힘들다”였다. 지금은 오로지 ‘가무악칠채’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바랄 뿐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작년 11월부터 ‘넥스트 스텝 I’을 위한 기획안을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으니 거의 1년 동안 ‘가무악칠채’만 생각하며 보냈네요.(웃음) 지금은 공연이 끝난 뒤 관객 모두가 칠채장단을 자연스럽게 체화해 극장 밖을 나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장병호 2008년 7월 기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부터 이데일리 문화·레저산업부에서 공연을 담당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제외한 공연 장르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사진 전강인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날짜      2018년 11월 22~2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R석 4만 원, S석 3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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