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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호 Vol.348

남북 공동심 엮는 민족관현악을 위하여

리뷰2┃국립국악관현악단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민족의 허리를 옥죄던 DMZ 철조망을 걷어치우는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역사적인 연설(2018년 9월 19일). 그 여운이 여전한 지난 11월 22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III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연주회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2018년 11월 22일 | 롯데콘서트홀

 


아리랑 고개, 그 애수의 눈물 고개 넘어 맺힌 한과 그 한을 신명으로 풀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분단이란 엇갈린 운명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거듭나는, 한반도 번영과 통일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풀어내는 의미 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은 늘 시대와 사람을 위한 실천 과제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만난 아리랑’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위상과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적합한 주제였다. 이날 공연은 2000년 이후 ‘겨레의 노래뎐’ 시리즈를 통해 구축해온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연주 언어를 유감없이 드러낸 자리였다. 향후 남북교류와 화합, 평화와 상생, 민족 공동의 음악 문화 창출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최고의 국악 앙상블이었다. 물론 김성국이라는 걸출한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구상하고 구현한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탄탄한 구조에서 나오는 힘으로 강단 있게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김성국의 스타일이지만, 이날 공연만큼은 악곡의 특색에 따라 각기 살아 있는 묘미를 연출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지나 동심으로
70여 분간 내달린 공연의 첫 곡은 김대성 작곡가에게 위촉한 초연곡 ‘통일을 위한 반달 환상곡’이었다. 상실과 그리움의 저편에서 어린 시절 동심을 담고 있는 동요 ‘반달’을 주제로 한다. 분단의 역사를 살았던 고(故) 김순남이 채보한 민요를 곳곳에 환상으로 스케치하며, 그리운 추억 같은 서정을 엮어나갔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지나 미움과 폭력의 세상을 넘고, 동심으로 돌아가 고무줄놀이를 한다. 그리고 재일동포 출신으로 북한에서 활동한 유명 작곡가 리한우의 작품 두 곡이 연주됐다. 먼저 연주된 단소 협주곡 ‘긴 아리랑’은 본래 플루트 협주곡으로 만들어졌으나 북한 개량단소로 연주하도록 편곡돼 색다른 국악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민요 ‘긴 아리랑’의 정신적 깊이를 유려한 선율에 담고, 맑고 청아한 개량단소가 관현악과 화음을 이루어 장대한 광경을 연출했다. 생전 백대웅 교수는 서양음악이 수적인 화성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 반해 우리는 장단과 리듬을 바탕으로 한 변주에서는 수평적인 세계를 만들어간다고 했다. 그 말처럼 종횡으로 연출되는 긴박한 분박과 반복을 통해 개량단소의 특징을 잘 드러낸 곡이다. 개량단소 연주자 이동신의 공력 또한 돋보였다.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는 바이올린과 국악관현악이, 주고받는 형식의 민요 구조를 살려 가을 보리타작의 흥과 신명 그리고 애환을 드러낸 곡이다. 현란한 연주에 진한 애수를 담은 바이올린 연주자 오주영의 신출귀몰한 연주 역시 압권이었다. 이날 연주회의 묘미 또한 ‘옹헤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지듯 흥겨운 타악기 소리도 좋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보릿대처럼 몸짓하며 연주하는 관현악단 또한 대단했다. 전체가 하나이고 하나가 전체이듯 찰떡처럼 어우러진 신명의 판이었다.


이어서 북한의 대표 작곡가 정세룡의 ‘경축’이 연주됐다. 장새납 협주곡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장새납이 곡 전체의 흐름을 잡아간다. 기상나팔을 불 듯 장새납이 경축을 알리고, 잔치 음악처럼 유장한 풍으로 느짓하면서도 화려하게 펼치고 몰고 풀어가며 장단의 멋을 살렸다. 장단과 선율의 익숙함이 1970~80년대의 국악관현악곡을 연상케 한다.


장새납. 필자가 ‘겨레의 노래뎐’(2002년 3월 15~16일)을 구상하며 금강산 가극단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악기다. 최영덕이란 걸출한 장새납 연주자에게 매료돼 국내에 장새납을 소개했는데, 김대성 작곡가에게 장새납 협주곡을 의뢰하고 최영덕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절세 연주자답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던 최영덕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18년 11월 22일 국립국악관현악단 무대에서는 이영훈이란 연주자가 장새납을 불었다. 최영덕 못지않은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의 끝은 지휘자 김성국이 작곡한 국악관현악과 합창을 위한 ‘원(願)’이다. 60여 명의 대규모 합창단과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지는 진혼의 교성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직적 상승에 수평적인 레치타티보의 읊음, 층층이 오르되 겹치듯 어우러지는 그 큰 덩치가 강강술래로 이어져 화해와 상생을 기원한다. 분단의 아픔과 정치 현실을 비판한 신동엽 시인의 ‘아사녀의 울리는 축고’와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강영은 시인의 시 ‘아일란 쿠르디’의 구절을 차용했다. 다양하게 변주된 강강술래와 시리아 전통음악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전쟁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더해진다.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어린 시리아 소녀의 인터뷰는 고통받은 민중이 상처를 딛고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그리고 있다.

 

민요라는 민족 공동심(公同心)
이날 공연의 총평을 하자면, 북한 민족관현악곡 해석에는 역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최고임을 증명하는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각 악곡에 대한 능동적인 해석과 감동적인 연주, 살아 있는 지휘가 관객에게 전해져 하나로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인문학적 언어가 결핍된 고답적인 연주회 풍경에서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고, 더불어 국악관현악의 다양한 어법과 기법 창출로 국악관현악 연주의 새 지평을 선보인 자리이기도 했다.


‘다시 만난 아리랑’이란 공연명대로 분단 70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음악의 민족사적 동질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북한의 원로 작곡가와 국내 중견 작곡가의 음악 언어가 대비됨에도 불구하고 민요라는 민족 공동심(公同心)으로 하나 된 민족음악의 미래도 볼 수 있었다. 민요는 앞으로도 통일 시대를 묶어주는 중요한 음악 언어다. 우리의 노래가 아리랑으로 통하듯 민요는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를 특화해주고, 우리식 민족관현악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요를 차용할 때, 그 선율에 한정하기보다는 노동요로 또 놀이요로 불리던, 민족의 삶 곳곳에 담긴 음악 정신을 공구할 필요가 있다.


광복 후 좌우익 대립의 분열 속에서 남북으로 음악가들이 대립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전통 고수와 개량·창작으로 분화 발전된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 창출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한 토대였다. ‘해당화 피어 좋고 좋은 우리 강산 우리 민족 좋을시고.’ 민족은 세계로, 세계는 민족을 향한다. 해당화 피고 진 풍경은 남북이 서로 다르지만, 해당화를 통해 자유롭게 노래하는 통일 세상을 그리며 민족이 하나 되는 민족의 노래, 민중의 노래판을 기대해본다.

 

김태균 음악평론가.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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