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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Vol.358

五色의 조화가 함께하는 날

VIEW 프리뷰 2┃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황黃·청靑·백白·적赤·흑黑은 우리네 오방색이다. 다섯 가지 색에 어떤 뜻이 있어서 옛사람들이 의미를 두고 귀하게 여겼을까? 잊고 있던 오방색의 의미를 읽어나가다 보니,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흐름도 이 오방색의 조화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 ‘정오의 음악회’ 11월 공연도 다섯 색깔의 무대로 구성된다. 첫 순서인 ‘정오의 시작’은 오방색 중 ‘청색’처럼 만물이 생성되는, ‘정오의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코너다. ‘오버 더 레인보우’와 ‘뉴욕, 뉴욕’을 들으며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으로, 그리고 뉴욕으로 잠시 음악 여행을 떠나본다.
진실, 삶 그리고 순결을 의미하는 ‘백색’은 ‘쇠’를 의미하기도 한다. 쇠는 강건하고 부러지지 않는다는 뜻을 품고 있다. ‘정오의 협연’에서는 바로 그 쇠로 만든 동팔랑을 통해 시원시원하고 강건한 소리를 뿜어내는 악기, 태평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태평소 협주곡 ‘호적풍류’가 국립국악관현악단원 김보들샘의 연주로 선보인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인 김보들샘은 학창 시절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2013년 제23회 KBS국악대경연 대상을 차지한 바 있다. ‘호적풍류’는 본래 사물놀이 반주로 연주하는 태평소 음악을 피리의 명인 최경만이 국악 관현악 편성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경기음악의 흥취와 함께 우리 장단의 다양성과 변화무쌍함을 만날 수 있다. 경쾌하고 시원시원한 태평소 음색을 만끽하며 경기제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어지는 ‘정오의 앙상블’은 이번 시즌에 새롭게 시작된, 그래서 중심에 놓인 ‘황색’과도 같은 무대다. 11월 공연을 위해 위촉, 초연되는 작품은 ‘수류화개’.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라는 제목처럼 자연의 이치를 가락과 장단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 대해 작곡가 함현상은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본연의 모습으로 가락과 장단을 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악보를 마주한다”라는 작곡 노트를 남겼다.
함현상은 뮤지컬·소리극·인형극·아동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음악회 ‘아빠사우루스’와 ‘엔통이의 동요나라’의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아 아름다운 선율과 따뜻한 감성이 살아 있는 음악을 전달한 바 있다.
우리의 오방색 중에 가장 정열적이고 적극성을 띠는 ‘적색’과 어울리는 무대는 ‘정오의 스타’이다. 20년 내공을 자랑하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신영숙의 무대가 준비돼 있는데 그녀는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뒤,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서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삽입곡 ‘황금별’, 뮤지컬 ‘캣츠’의 삽입곡 ‘메모리’, 뮤지컬 ‘맘마미아’의 ‘댄싱 퀸’ 등을 선보이며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다. 이 중 특히 ‘황금별’은 초연 당시 ‘신영숙표 황금별’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곡이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시도하는 국악 관현악과의 만남으로 새롭게 변주될 ‘황금별’이 무척 기대된다.
11월 ‘정오의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음악은 김지영 작곡의 ‘신 비나리’다. 이 음악은 전통 굿 장단 위에 악기들이 대화하듯 가락을 풀어내는 곡이다. 다양한 장단으로 흥겹고 신명 나는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도살풀이장단으로 제의를 표현하고, 흥겨운 자진굿거리장단으로 연결한다. 장단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을 상징하는 ‘흑색’을 닮은 이 음악은 특히 관객의 평화와 만복을 기원하기도 하기에 ‘흑색’이 담고 있는 지혜로움과 어울리는 무대가 될 것이다.
다섯 가지 색이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한 음악회를 만들어내는 이번 공연의 지휘봉은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춘승이 잡는다.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에서 타악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지휘를 전공한 그는 한국음악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뉴욕 취타대’를 결성해 취타를 알리고 있으며, 월드 전통 오케스트라 ‘평화 Peace’를 창단해 매년 ‘뉴욕국악축전’을 주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내 초·중·고·대학교 등에 한국 전통음악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국악 전도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감독 김성진의 진솔하고 다감한 진행이 함께하는 ‘정오의 음악회’는 11월 공연을 끝으로 긴 휴식에 들어간다.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가서 수행하듯 긴 겨울 동안 내실을 기한 뒤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 2020년 3월의 ‘정오의 음악회’. 그날을 기다리며 10년 동안 늘 우리 곁을 지켜온 ‘정오의 음악회’가 안겨주는 일상의 즐거움이야말로 ‘소확행’, 소중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박근희 1995년 MBC TV ‘새미기픈믈’을 시작으로 KBS 클래식FM과 국악방송 등에서 라디오 원고를 썼다. 리뷰·칼럼·기사 쓰기 등 국악과 관련된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날짜 2019년 11월 6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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