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20년 06월호 Vol.365

다시, 희망과 평화를 담아서

미리보기 셋 |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Ⅳ ‘2020 겨레의 노래뎐’

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도권 지역 공공시설 운영 중단 결정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37


민족의 발자취마다 새겨진 겨레의 노래들. 상실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 담아, 지금 우리의 목소리로 다시 불러본다

 

‘2020 겨레의 노래뎐’은 민족의 삶과 역사가 담긴 노래로 우리 음악의 토대를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공연이다. 20년 전인 2000년 당시 국립극장 창설 50주년을 기념해 ‘겨레의 노래뎐’이란 이름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고, 그 후 2009년까지 매년 열리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20 겨레의 노래뎐’은 국립극장 창설 70주년과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2020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을 국악관현악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굵직한 주제는 여전히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전쟁과 평화’다.

 

저항, 희생 그리고 평화
첫 번째 무대는 작곡가 손다혜가 쓴 ‘하나의 노래, 애국가’다. “애국가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고 가슴속 깊은 울림이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대한제국 시절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와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로 시작하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선율에 노랫말을 붙인 ‘임시정부 애국가’, 마지막으로 현재의 대한민국 ‘애국가’까지 총 3곡을 10분짜리 곡으로 새롭게 엮었다. 일제의 폭압에 맞서 독립을 외친 3.1운동 당시 사람들은 ‘만세’만 부른 것이 아니라 10여 종의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2017년 8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아흔이 넘은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는 ‘올드 랭 사인’ 가락에 맞춰 독립군들이 불렀다던 옛 애국가를 반주도 없이 노래해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 또한 넓은 무대를 단숨에 채워버리는 그분의 목소리에 울컥했다”라는 작곡가는 “‘하나의 노래, 애국가’에 담긴 세 곡이 하나의 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듯 잃지 말아야 할 백 년 넘는 우리 역사를 한 편의 영화처럼 표현해 봤다”라고 했다.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지킨 대한민국의 강인한 정신과 굳건한 자부심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작곡가 황호준의 새야 새야 주제에 의한 ‘바르도Bardo’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위촉해 2016년 초연된 이후 꾸준히 연주되는 작품이다. ‘둘(do) 사이(bar)’라는 뜻을 지닌 ‘바르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으로 천도될 때까지 머무는 ‘살고도 죽은, 죽고도 산’ 상태를 이르는 티베트어. 죽음과 환생 사이의 상태를 뜻하는데, 이곳의 영혼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주제 선율로 사용된 전래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모든 가사가 네 개의 음(새·야·새·야)으로 맞아떨어진다. 역사소설가 송우혜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파랑새’가 전봉준의 성인 전全 자를 ‘八(팔)’과 ‘王(왕)’으로 파자해 ‘팔왕새’라고 부른 데서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새는 민중을, 녹두꽃은 ‘녹두장군’ 전봉준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호준은 이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통해 동학농민군의 천도를 기원하는 마음을 그려냈다.
‘바르도Bardo’는 악기들이 지닌 개별 음색을 올올이 살리는 데 주력해 저마다의 음색과 음향, 색채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일제는 물론 민생을 파탄에 몰아넣어 외세의 개입을 부른 당시 집권층에 죽창을 들고 저항했으나 이름 없는 민초로 남은 그들의 영혼에 위로를 건네는 셈이다.

 

 

새 감각으로 피어나는 한민족 공동심
빡빡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도발적 춤꾼 안은미와 음악에 대한 자기 성찰이 소리에 묻어나는 소리꾼 정은혜가 손잡는 색다른 무대도 펼쳐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북한 가요 ‘휘파람’에 맞춰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전통춤을 추는 식이다. ‘우리는 본래 같은 춤을 추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수년 전부터 북한 춤을 소화하기 시작한 안은미,  그녀의 춤과 함께 어제와 오늘, 남과 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노랫말 자체로 흥이 나는 ‘옹헤야’는 경상도 지방에서 곡식을 타작할 때 주고받던 경쾌한 느낌의 민요다. ‘2020 겨레의 노래뎐’에서는 북한 작곡가 리한우의 바이올린 협주곡 ‘옹헤야’(2004)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해 선보인다. 2005년 신나라뮤직에서 발매한 ‘북한오케스트라로 듣는 관현악 민요: 민요 삼천리’에 수록돼 있는 곡이다. 민요의 흥겹고 힘찬 선율을 관현악단과 현악 파트가 경쾌하게 주고받아 한바탕 잔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협연자로 나선다. 앙상블 디토 멤버이기도 한 대니 구는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젊은 연주자로, 이민 2세대인 그가 북한의 음악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선보이는 색다른 무대가 될 것이다.

 

 

전쟁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지난해 6월 내한 공연을 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본공연 시작 전, 악기 대신 악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한없이 기다리고 그와의 이별에 애달파하는 마음을 담은 이 노래를 한국어로 불렀다. 김민부가 노랫말을 쓰고 장일남이 곡을 붙인 우리 가곡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이번 ‘2020 겨레의 노래뎐’에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번 무대가 초연인 작곡가 양승환의 ‘작은 평화’에서다.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은 지난 70년 동안 숱한 아픔을 낳았다. 작곡가는 전쟁통에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향민으로 살아야 했으면서도 슬픔을 이겨내고자 했던 겨레의 노래에 주목해 관현악곡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들의 애통함을 담았다. 1948년 작 ‘나그네’(작곡 윤이상)를 시작으로 1951년 작 ‘기다리는 마음’과 1952년 작 ‘보리밭’(작곡 윤용하), 1953년 작 ‘굳세어라 금순아’(작곡 박시춘) 등 듣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가락들이 속속 이어진다. 
‘보리밭’은 윤용하가 6.25전쟁 당시 부산 자갈치시장 주변 보리밭을 보고 지은 노래. 예전 부산의 명지동엔 염전이 있었고 낙동강 물길을 따라 경북 안동까지 배로 소금이 운반됐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로 시작하는 ‘굳세어라 금순아’는 1950년 12월의 흥남철수가 배경이다. 당시 흥남 부두에서 헤어진 동생을 그리워하며 통일이 돼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노래다. 양승환은 “이 노래들은 국제 정세와 무관하게 개인의 소소한 삶 속에서 작은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작은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이날 무대의 마지막은 ‘2020 겨레의 노래뎐’을 위해 작곡가 장석진에게 위촉한 ‘초토焦土의 꽃’이 장식한다. 초토는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흙’이라는 뜻이다. 관현악과 오페라, 게임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가 장석진. 그는 “인류가 하나이며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2020년 오늘, 모든 국가가 국경을 닫고 자국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보다 자유롭게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을 핍박하기 시작한다”라며 코로나19 탓에 일상으로 번진 혐오와 차별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전쟁의 가혹함 속에서도 인류는 새로이 삶을 시작해야 하고 반드시 평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라며 이 곡을 썼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는 과연 평화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약자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고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존중, 나아가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작곡가의 마음이 국악관현악을 만나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이 모든 노래를 아우르는 지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진이 맡는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이후 첫 공연이었던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Ⅳ ‘내셔널&인터내셔널’ 등 다양한 무대에서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온 그는 ‘2020 겨레의 노래뎐’을 통해 1년여간 쌓아온 예술 세계를 오롯이 드러낼 계획이다. 현재진행형인 전쟁처럼 우리들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 있는 평화를 향한 염원을 국악기는 말없이 노래한다.


김경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고교 3학년까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음악의 사소한 뒷면까지 꼭꼭 소화해 누구든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지금은 꿈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Ⅳ ‘2020 겨레의 노래뎐’

2020년 6월 17일
롯데콘서트홀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02-2280-4114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