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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호 Vol.365

보고 듣고 놀라다

미리보기 넷 | 2020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다시 돌아왔다.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움을 써 내려가는 축제. ‘여우락’이라 쓰고 ‘기대’라고 읽어본다

 

‘여우樂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은 나에게 늘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다. 무대에 서는 이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고, 상대방의 영역을 드나들며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흔히 쓰는 ‘접목’이란 거창한 표현이나 ‘퓨전’처럼 남발되는 언어를 내세우기보다는 서로 존중하면서 그 사이에서 무언가 나올까 탐구하고 고민했다. 그런 고민의 작업과 결과물이 쌓여 지금의 ‘여우락’이란 믿음직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처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구호를 내걸고 등장했을 땐 신선했고, 10년이란 시간이 쌓인 지금은 누구나 신뢰할 수 있게 됐다. 감히 말하건대, 지금 여우락은 독보적이다. 축제의 주제나 성격이나 색깔이나 그 어떤 면에서도 독보적이다.
지난해 여우락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과 지하주차장 공사 때문에 외부에서 공연을 열 수밖에 없었다. ‘10년’이란 역사와 ‘10년’ 동안 성과를 축하할 수 있는 자리를 외부에 마련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아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우락은 지난 10년의 성취를 다시 한번 축하하고 앞으로의 10년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여기에 국립극장 창설 70주년이란 의미가 더해진다.

 

 

예술감독 유경화 ⓒ강영호

음악감독 이아람 ⓒ나승열

 

신선함과 생소함이 기대를 던지다
여우락은 거의 한 달간 진행된다. 보통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정도 국내에서 음악 축제가 진행되던 모습과는 다르다. 지난해는 닷새간 공연했지만, 올해 여우락은 기존처럼 긴 여정을 준비했다. 7월 3일부터 25일까지, 특별한 항해를 떠날 준비가 됐는가? 23일간 12개의 공연, 수십 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고,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별오름극장을 중심으로 축제가 펼쳐진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앞에 부사 ‘바로’를 덧붙여 ‘바로, 여기’에 강조점을 뒀다. 지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단순히 국악의 퓨전화라는 뻔한 도식에서 벗어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재의 아티스트와 교류해 온 여우락의 성격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다. 출연진을 보니 깜짝 놀랄 만한 이름도 있고, 생소해 궁금한 이름도 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여우락의 미덕일 것이다.
이번 여우락에는 유경화와 이아람이 각각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으로 나선다. 예술감독 유경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이자 월드뮤직 앙상블 이도의 예술감독이다. 또 서울시청소년국악단 단장과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여우락에 출연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음악감독 이아람은 음악그룹 나무의 대표이자 2018년 여우락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여우락과는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블랙스트링의 구성원으로 2020년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크로스오버 음반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이력만큼 이번 여우락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앞서 나열한 이들의 이력에서 몇몇 낱말을 빼 오자면 ‘전통’과 ‘한국대중음악상’ 그리고 ‘크로스오버’다. 이아람이 몸담은 블랙스트링은 거문고와 대금·타악기에 오정수의 전기기타가 결합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들의 음악은 해외에서 ‘월드뮤직’으로 소개되며 더 주목받는다. 말하자면 유경화와 이아람이 그동안 보여온 전통과 현대성이라는 두 가지 귀중한 가치가 여우락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질 것이다.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예정된 ‘삼합三合’과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는 여우락의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올해 유경화와 이아람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아람은 ‘삼합’으로 경계 없이 하나로 완성된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음악을 맡아 한층 더 주가를 올린 정재일과 ‘국악돌’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김준수의 참여로 관심이 간다. 각각의 진영에서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이아람과 정재일이란 두 아티스트가 어떤 창작 무대를 선보일지, 여기에 김준수라는 젊은 소리꾼이 어떤 역할을 할지, 상대방을 향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선보일 결과물은 무슨 모습일까.
유경화는 전공 악기인 철현금과 여러 타악기와 함께 폐막 무대에 오른다. 그의 옆에는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이 서 있을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힙합을 뿌리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타이거JK가 유경화와 함께 ‘신新 우리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철현금이 비트가 돼 타이거JK의 랩과 어떻게 호흡할지, 철현금의 선율과 힙합의 리듬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저 ‘기대’란 말을 써본다. 여기에 수많은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조풍연이 이들의 음악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연출할 것이다. 특히 폐막작은 온라인 무관중 생중계로 더 많은 여우락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여우락, 우리 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온라인 공연이 기대된다.

 

 

서로의 우주를 드나들다
여우락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관객을 만나왔다. 사진작가 강영호가 황해도 만신 이해경의 모습을 담아낼 ‘접신과 흡혼’ 역시 연장선에 있다. 황해도대동굿의 역동적인 찰나가 무대 위 영상에 오롯이 담길 것이다. 새로운 굿판에 관객도 참여해 신명 나게 같이 놀아보자.
동해안별신굿 보존회가 선보이는 ‘오소오소 돌아오소’는 동해안별신굿의 원형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선물한다. 예술적이고 역동적인 황해도대동굿과 세련되고 익살스러워 놀이의 성격이 강한 동해안별신굿을 비교하며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전통의 다른 편에는 림 킴이나 이랑 같은 예상치 못한 이름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남의 노래를 부르던 김예림은 림 킴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기 주체성을 가진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변신도, 그가 여우락 무대에서 ‘융/용’을 선보이는 것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앨범 ‘제너레아시안Generasian’과 노래 ‘살-기Sal-Ki’ 모두 전통과 현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랑은 정가앙상블 소울지기와 함께 새로운 가곡을 선보인다. ‘대화’에서는 선율은 아름답지만 가사 전달이 어렵다는 정가와 여러 권 책을 낸 바 있는 이랑이 직접 쓴 글이 만난다. 시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사가 이 공연의 관전 포인트.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 최고의 ‘힙’한 음악으로 주목받는 이날치의 ‘들썩들썩 수궁가’도 빠지지 않는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유튜브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하며, 누리꾼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했다. 그들의 ‘수궁가’ 완성판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판소리가 ‘댄스’음악이 될 수도 있다니. 이날치의 음악을 들으면, 덩실덩실 어깨춤을 절로 추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앨범 ‘지뢰: 땅의 소리’로 신선함을 안겨줬던 강권순과 송홍섭 앙상블의 무대에 밴드 신노이가 협업 파트너로 ‘나와
일로一路’를 선보인다. 송홍섭 앙상블과 신노이는 국악기 하나 없는 팀이지만 강권순과 김보라, 두 탁월한 소리꾼이 국악기 없이도 국악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이 협업해 만든 신곡도 이번 여우락에서 만날 수 있다.
반면 악단광칠은 국악기와 전통적인 소리로 무대에 선다. 하지만 뻔하지 않다. 마치 현대 밴드 사운드처럼 들리는 그들의 음악에 매료된 수많은 해외 관계자가 이들을 월드뮤직 축제와 행사에 부르고 있다. 이번 여우락에서는 두 번째 신보를 최초로 공개한다고 한다. 악단광칠이 전하는 일탈의 노래를 듣고 외쳐보자. 아, ‘인생 꽃 같네’
각기 독립된 우주라 말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도 여우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이 직접 선발한 여우락 밴드는 4명씩 3개의 팀을 구성했다. 지금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가 구성원이다. 가야금·아쟁·해금·피리 등 각각의 국악기가 서로의 우주를 드나들 것이다.
소리꾼의 짝꿍, 고수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도 있다. 고수 박근영과 조용안이 한자리에서 북채를 드는 ‘마스터&마스터?고법의 신기류’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그들의 제자이자 고법 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자 고수들을 발견할 수 있는 귀중한 무대다. 여기에 명창 김경호와 남상일이 출연해 북 장단에 흥을 더한다.
네 명의 박 씨氏. 박우재×박지하×박순아×박경소가 만들어내는 ‘포박사실’은 익살스러운 제목과 별개로 하나하나의 국악기가 얼마나 큰 가능성과 넓은 세계를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들은 거문고, 피리·생황·양금 그리고 가야금을 가지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솔리스트들이다. 각각의 솔리스트들은 서로의 소리를 탐구하고 이해하며 ‘우리’가 되기 위해 접근할 것이다.
원고를 쓰며 ‘드나들다’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보통의 경우엔 반복되는 표현을 지양하지만 이번만은 그대로 뒀다. 어쩌면 여우락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이런 ‘드나듦’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된 세계와 세계가 만나고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것. 지금껏 여우락은 그런 의미 있는 행사를 열어왔고, 올해는 더 확장된 세계가 있다. 앞으로 여우락의 10년이 안심되고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학선 2000년부터 대중음악과 관련한 글을 써왔다. 여러 매체에서 정기·비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고, 라디오에서 말하고 있다

 

 

2020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2020년 7월 3~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별오름극장·하늘극장
전석 3만 원 (단, 굿스테이지(1)-오소오소 돌아오소 7만 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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