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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문화가 코로나 시대의 새 풍속도로 떠오르는 지금, 디지털·온라인 세계로의 진입은 문화예술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일상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부른다. 우선 근무 환경을 보면, 재택 근무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유연근로제 등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다. 교육 환경도 변화했다. 초·중·고·대학 등 모든 공교육 현장에서 비대면 화상 강의가 실시되면서 거대한 교육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공중보건 부문에서도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노동·교육·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종교·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 기존 제도에 대한 회의가 일면서 새로운 제도를 향한 갈망도 표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비대면’이다. 변화를 촉발한 것은 코로나19지만, 변화의 중심에는 비대면, 그리고 온라인·디지털이 있다. 물론 예술계도 이러한 흐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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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으로 들어온 미술관과 공연장
단적으로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영화관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일부 극장은 영업 중단까지 선언했다. 반대로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Netflix의 올해 1분기 구독자는 1,600만 명이 늘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극장 개봉을 접고 바로 넷플릭스로 개봉하기도 했다. OTT 후발주자인 디즈니Disney+의 유료 가입자 숫자도 가파르게 늘었다.
미술관도 한시적이나 온라인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은 취소를 결정했다. 대신 온라인 뷰잉룸을 개설했다. 235개의 뷰잉룸을 공개했고, 이를 통해 약 2천 점의 회화·사진·조각·설치 작품들이 전시됐다. 일주일간 열린 아트 바젤 홍콩의 뷰잉룸에는 26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3배가 넘는 수치다. 크리스티 경매 또한 모든 오프라인 경매를 중단하고,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외에 전 세계 박물관, 갤러리도 온라인 갤러리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국내 공연계에서도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 국립극장을 비롯해 국공립공연장 중심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단적으로, 국립극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의 일환으로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와 ‘심청가’, 국립무용단 ‘묵향’과 ‘향연’,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 ‘격格, 한국의 멋’ ‘양방언과 국립국악관현악단-Into The Light’ 등의 우수 레퍼토리 전막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상영한 바 있다. 6월 말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20 여우樂락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출연진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미술관에書 여우樂’도 추진할 예정이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정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NT Live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NT Live를 운영해 온 영국 국립극장에서는 그동안 상영한 작품을 모아 ‘NT At Home’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한 편의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06년부터 ‘Met Opera In HD’를 운영해 온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나이틀리 오페라 스트림Nightly Opera Streams’라는 이름 아래 매일 기 공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는 ‘서크 커넥트Cirque connect’를 통해 대표작들의 60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놓았다.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유튜브 채널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을 통해 매주 자신이 작곡한 작품의 공연 실황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장르 불문하고 개인과 단체들이 앞다퉈 자신들의 대표작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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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비 물결. 언제, 어디까지?
당장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시작됐으나, 이러한 흐름이 이 사태가 종식된다고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공연예술의 영상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히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듯한 인상도 풍긴다. 이러한 변화에 호응하는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금전적 여유가 부족해 직접 관람할 기회를 갖지 못한 관객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공연예술은 ‘지금, 여기’가 아니면 관람할 수 없는 현전성의 예술이니까. 영화나 미술·문학 등 다른 장르와 달리 공연은 중간 매개체가 없이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유일한 예술 아닌가.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로 비대면 관람 행위, 다시 말해 온라인 스트리밍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객 감소는 부차적인 문제다. 아무리 영상 기술이 진일보하더라도, 영상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연예술의 ‘무언가’를 담아내지는 못하고, 그 ‘무언가’가 없는 예술은 공연예술이 아니라는 게 기저에 깔린 근본 논리다. 여기서 ‘무언가’는 발터 베냐민의 용어인 ‘아우라Aura’로 번역돼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은 그의 저서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전통적 개념의 예술작품은 ‘지금 여기’ 속에서 ‘일회적 현존재’로서 ‘진품성’을 형성한다며, 아우라의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공연예술은 이에 대한 가장 적절한 예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베냐민은 아우라의 붕괴를 예고했다. 기술 복제 시대에 아우라의 붕괴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아우라의 붕괴를 공연예술의 몰락으로 읽는 것은 오독이다. 그의 주장을 논외로 두어도, 공연과 영상의 만남은 더 적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아무리 원본과의 경계가 흐려진대도, 원본으로서 공연이 갖는 아우라를 영상화된 공연(복제품)이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복제품의 가치를 폄훼할 수는 없다. 복제품에는 원본에 없던 또 다른 미학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그동안 미뤄뒀던 디지털·온라인 세계로의 진입을 한발 앞당겼다. 이러한 온라인 세계는 비용이 적게 드는 저비용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이런 사회적 추세에 맞물리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저렴한 상품만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가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사회의 시민들은 생태계를 고민하고, 환경·인권 등 자신의 신념을 대변하는 착한 소비를 선택한다. 버글스는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를 노래했지만, 라디오 스타는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1,2,3 www.cirquedusoleil.com에서 태양의 서커스 대표작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4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웹사이트에서는 나이틀리 오페라 스트림Nightly Opera Streams으로 매일 한 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5월 12일 스트리밍된 작품 ‘베르테르Werther’의 한 장면 ⓒmetopera.org
5,6 아트 바젤 홍콩의 온라인 뷰잉룸에서 만날 수 있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비디오 퍼포먼스 작품 ⓒKorakrit Arunanondchai_art basel
국립국악관현악단 영상 콘텐츠 ‘삼삼오樂’
‘삼삼오樂’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단원 개개인의 역량을 선보이고, 외부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자 준비한 영상 콘텐츠다. 프로젝트명인 ‘삼삼오樂’은 삼삼오오 모여 자극적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음악을 담아 선보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먼저 국립국악관현악단(이하 관현악단) 아쟁 부수석 강애진은 피아니스트 송지훈, 콘트라베이시스트 김성수 그리고 관현악단 타악 수석 이승호, 부수석 연제호와 함께 작곡가 황호준의 곡 ‘케테 콜비츠에 대한 명상’과 ‘망상의 궤도’를 들려준다. 케테 콜비츠는 독일의 대표적인 판화가이자 화가·조각가로, 곡이 그의 삶에서 영향을 받았듯 회화적 이미지를 활용해 연출될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관현악단 가야금 수석 문양숙이 첼리스트 임재성과 연제호 단원의 장구 협연으로 ‘삼색화’를 연주한다. ‘삼색화’는 작곡가 김성국이 불과 관련된 세 가지 느낌을 표현한 곡으로, 불에서 느껴지는 ‘욕망’과 ‘아름다움’, 그리고 불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춤’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공연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게 조명 효과가 극대화된 연출로 구현된다.
그리고 관현악단 해금 부수석 서은희는 작곡가 오의혜의 곡 ‘Epilogue’를 저음 해금으로 송지훈의 피아노, 관현악단원 이승호의 타악과 함께 들려준다. ‘Epilogue’는 전통 가락과 반음계적 선율이 어우러진 곡으로 특히 클라이맥스의 카덴차Cadenza는 연주자가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기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시인 박준이 참여해, 곡에 어울리는 자신의 시 ‘숲’을 낭독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관현악단의 거문고 수석 오경자가 ‘안중지음’을 연주한다. 안중지음은 눈앞에 있는 소리라는 의미와,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리운 소리라는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다. 김현섭의 피아노, 조한민의 장구와 구음 그리고 국립무용단원 최호종의 춤이 더해져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그림’ ‘조명’ ‘낭독’ ‘무용’ 이라는 콘셉트로 연출된 이번 영상은 나윤선과 리아킴이 함께한 ‘할렐루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안무가 차진엽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미디어아트 매핑 프로젝트를 연출한 앰버린의 배진희 감독이 맡았다.
글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이안재 대표 소사. 월간지 ‘씬플레이빌’ 편집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