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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Vol. 346

광대의 소리

프리뷰3┃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경호의 적벽가-박봉술제

넘치지 않아도 사람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광대로 살아가는 것이 소명이라 말하는 김경호 명창.

‘동편제 송판 적벽가’의 진수를 말하다.

 

 

2대를 잇는 판소리 가문의 계승자 김경호 명창
김경호 명창은 1968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으며,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된 김일구 명창의 장남이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이던 성우향 명창에게 동편제 소리인 김세종제 ‘춘향가’를, 부친 김일구 명창에게 박봉술제 ‘적벽가’를, 김영자 명창에게 정광수제 ‘수궁가’와 강산제 ‘심청가’를 각각 사사했다.


학창 시절 김일구 명창에게 아쟁산조를 사사하며 국악계에 입문했고 주로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했다. 그러다 1987년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공을 판소리로 바꾸고 본격적인 소리 공부를 시작했으며 2001년 제5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단단한 수리성이 돋보이는 김경호 명창은 “나에게 판소리란 광대 그 자체와 같습니다. 넘치지 않아도 사람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광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제 소명입니다. 저는 예술인이 아니라 광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열창! 판소리’(2015년 3월 3일)에 참여하면서 김경호 명창이 ‘나에게 판소리란’ 물음에 답한 내용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빛나는 이 시대의 광대이면서, 정통 판소리의 계승자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남창으로 전승된 광대의 소리 김경호의 ‘적벽가’
‘동편제 송판 박봉술제 적벽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박봉래·박봉술·김일구를 거쳐 전승된 정통 동편제 소리로 알려져 있다. 정통 동편제의 음악어법은 걸걸한 수리성과 ‘대마디 대장단’의 남성적인 창법이 특징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중에서도 ‘적벽가’의 보유자이던 고故 박봉술 명창이 생전에 구술한 내용에 따르면, 어린 시절 집안의 버팀목이자 자랑이던 장형 박봉래 명창이 장티푸스로 급서한 후 상심한 부친이 이른 새벽 눈깔사탕을 어린 박봉술의 입에 넣어주면서 잠을 깨게 해 당신의 배 위에 박봉술을 올려놓고 소리를 따라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탕의 달콤함으로 소리를 시작한 박봉술은 이후 구례와 서울 종로의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송만갑 명창에게 사사한 후 ‘송판 박봉술제 적벽가’를 완성했다.


‘송판 박봉술제 적벽가’는 우조 성음과 ‘대마디 대장단’을 주로 사용하는 소리로 고도의 수련으로 숙달된 기량을 익히고 난 후에야 제맛을 낼 수 있는 고난도의 작품이다. 청년 시절 박봉술 명창은 한승호 명창과 함께 하루에 소리판 열여덟 곳에 연속 출연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고 증언한다. 그만큼 인기가 높았다.


예술성에 대중성까지 갖춘 박봉술 명창의 동편제 소리는 성악·기악·창극 등 다방면에서 예술성을 자랑하는 김일구 명창에게 전승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명창 김경호는 단단하면서도 위엄 있는 소리로 호방한 영웅들의 세계, ‘적벽가’를 엄정하고 정확하게 들려주는 중견 창자다. 걸출한 성음과 빼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표현되는 이면이 특기다. 타고난 연기력과 발림의 너름새, 해학적인 재담으로 판을 장악하는 ‘송판 박봉술제 적벽가’의 완창 공연은 진정한 의미의 광대소리를 보여줄 장쾌한 무대가 될 것이다.

 

해학과 정체성이 특화된 소리
‘적벽가’는 중국 한나라 말엽 삼국시대 위·촉·오나라의 조조·유비·손권이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다투는 내용의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 중에서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한다. ‘삼고초려’ ‘장판교대전’ ‘적벽대전’ ‘화용도 패주’ ‘화용도’ 등의 기존 줄거리에 ‘군사설움타령’ ‘장승타령’ ‘새타령’ ‘조조군사점고’ 대목이 창곡돼 해학과 정체성이 특화된 판소리로 재창작되었다.


판소리 전성기였던 조선조 후기 어전명창의 가창 레퍼토리면서 천하의 대권을 두고 싸우는 영웅호걸의 세계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예로부터 양반이 즐겨 듣던 소리라고 한다. 수많은 군대와 장수가 등장해 전투하는 대목이 많기에 자진모리·휘모리·엇모리 등 빠른 장단에 웅장하고 씩씩한 호령조인 우조가 주로 사용되는 남성적인 소리다. 조선 순조 때 송흥록·모흥갑·방만춘 명창, 철종 때 박유전·박만순·정춘풍·서성관 명창, 고종 때 박상도·조기홍·박기홍·송만갑·유성준·이동백·김창룡 명창, 현대에 들어서는 임방울·김연수·박동진·박봉술·한승호·정권진 명창이 ‘적벽가’를 장기로 삼았다.


현재 전승되는 ‘적벽가’ 중에서 박동진 명창의 ‘적벽가’는 정춘풍·박기홍·조학진을 거쳐 계승된 것으로 주요 대목을 모두 갖추고 있어 가장 길게 가창되고 있다. 유성준·송만갑 명창이 부르던 동편제 ‘적벽가’는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봉술 명창에게 이어졌는데, 본래는 ‘군사설움’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민적벽가’였다고 한다. 보성소리 ‘적벽가’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을 거쳐 정권진 명창에게 이어진 것으로 ‘강능피난’과 ‘장판교 싸움’이 없다. 한승호 명창의 ‘적벽가’는 이날치·김채만·박동실로 이어진 서편제 소리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귀명창이 있어야 소리도 발전하고, 귀명창의 존재 덕분에 명창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은 고(故) 박동진 명창의 유지로 1984년에 시작된 이래 최장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품 공연으로 발전해왔다. 특유의 해학과 등장 인물의 위엄이 돋보이는 ‘동편제 송판 적벽가’는 현재 가장 활발하게 전창되는 바디의 소리이기 때문에 완창판소리에 더없이 적합한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정회천 KBS프로듀서와 제9대 국립창극단장을 지냈고 현재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경호의 적벽가-박봉술제’
날짜      2018년 11월 24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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