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호 Vol.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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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이면 새해를 맞이하며 ‘시작’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일,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대부분 상상력과 굳은 의지의 산물이다.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예술 전문 박물관으로 2019년 12월,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공연예술박물관이 지난 10년 동안 이용자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주었는지 따져보는 것은 박물관 구성원으로서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나이로 볼 때, 공연예술박물관이 초등학생 정도 되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꾸준히 자라나가야 하기에 용기를 갖는 편이 유익할 것이라는 자기 위안도 하게 된다. 공연예술박물관은 한국 공연예술 분야의 여러 귀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한국 연극사의 중요 자료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치진의 대표작 ‘소’는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의 농촌을 배경으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이로 인한 농민의 피폐한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국립극장에서는 당시 전속단체이던 국립극단이 1991년 4월 13일에서 18일까지 연극 ‘소’(연출 장민호, 제146회 정기공연)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본래 이 작품은 동아일보에 연재되던 것으로 1935년 극예술연구회의 공연 극본으로 쓰였으나 일제의 검열로 상연되지 못하고, 동경학생예술좌의 창립 공연으로 상연됐다. ‘건전한 연극 발전과 민족의식 고취’를 목표로 창단한 동경학생예술좌는 1934년 6월 24일, 도쿄의 유학생들이 신극운동을 하기 위해 만든 학생 연극 단체로 와세다대학교·호세이대학교·니혼대학교에 다니던 박동근·주영섭·마완영·이해랑·황순원·이진순 등 15명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1935년 6월 4일 쓰키지소극장에서 역사적인 첫 무대로 유치진의 ‘소’와 주영섭의 ‘나루’를 공연했다. 1935년 동경학생예술좌의 공연에서 개똥이 역을 맡았던 김동원이 1991년 국립극단 공연에서는 동네 어르신 역을 맡은 점도 흥미롭다.
글 민덕홍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극단 제146회 정기공연 ‘소’
동경학생예술좌 제1회 정기공연 ‘소’(유치진作), ‘나루’(주영섭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