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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Vol.370

예술인의 방

공연을 전시하다

 

 

한국 공연예술사를 이끌어온 거장들의 창작 혼이 깃든 공간.
한 편의 공연이 탄생하기까지 고민과 열정이 담긴 예술인의 방을 들여다본다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에는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 예술가의 고뇌를 담은 ‘예술인의 방’ 이 있다. ‘예술인의 방’은 상설전시실 기획 당시 공연을 만드는 공연예술가 중 연출가·극작가·안무가 등에게서 기증받은 기증품과 유품을 활용해 실제 창작 공간의 분위기를 구현한 공간이다.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각 공연 장르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연극의 방’ ‘음악의 방’ ‘무용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연극의 방’은 한국 근·현대 연극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국립극장에서 활동했던 극작가 서항석·이근삼·허규를 중심으로 생전에 연극 작업을 위해 사용한 자료와 애장품 등으로 극작가의 방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항석은 극작가이자 독문학자로 1931년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하고 광복 이후 국립극장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대구 피란 시절 2대 국립극장장에 임명돼 7년간 극장을 이끌었다. 국립극장장을 지낸 이후 특히 괴테의 ‘파우스트’ 번역에 심혈을 기울여 1966년 10월 명동국립극장에서 연극 ‘파우스트’ 1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연되는 데 산파 역할을 한다. 그는 이러한 번역과 공연 무대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0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정부로부터 괴테 훈장을 받았다. 이후 1977년 국립극단 81회 정기공연으로 ‘파우스트’ 전막이 무대에 올랐다. 연극의 방에 ‘파우스트’와 ‘빌헬름 텔’ 대본, 괴테 훈장과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받은 상장뿐만 아니라 서항석이 직접 사용했던 벼루, 가방과 모자 등의 유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근삼은 사실주의 연극이 중심을 이루던 한국 근대 연극에 풍자와 해학을 강조한 희극 형식을 시도한 극작가이자 번역가, 교육자다. 1960년 ‘사상계’에 ‘원고지’라는 작품을 발표하는데, 당시 주류를 이루던 리얼리즘 연극과 달리 서사기법敍事技法을 시도했다. 전후戰後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변화를 주도한 부조리 연극의 대표 작가로 손꼽힌다. 연극의 방에는 이근삼이 생전에 사용하던 안경, 담배 파이프, 도장, ‘대머리 여가수’ 육필 원고와 수첩, 이근삼 전집 등이 전시돼 있어 생생함을 더한다. 허규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1972년 ‘전통의 현대적 계승과 재창조’를 목표로 극단 민예극장을 창단했고, 1981년부터 1989년까지 국립극장장을 지냈다. 그는 ‘물도리동’ ‘다시라기’ 등의 작품에서 판소리·탈춤·민속놀이 등 한국의 전통 연희를 수용해 재창조했다. 특히 희곡 ‘물도리동’은 하회탈 제작에 얽힌 허도령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유물로는 허규의 육필 원고와 대본, 연출 노트, 생전에 사용하던 소리북 등이 전시돼 있다.   

   
다음으로 ‘음악의 방’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하는 국악 창작 작곡가를 중심으로 기증받은 악기, 육필 악보, 음반, 서적과 같은 유품 및 자료를 중심으로 연출한 공간이다. 국악 창작 작곡가 1세대인 김기수의 유물은 국립국악원에서 대여한 것으로 생전에 사용하던 자개 책상, 정간보로 된 육필 악보와 국악기 훈이 전시돼 있다. 김기수와 함께 20세기 창작 국악의 초기 기반을 다지는 데 공헌한 이강덕은 ‘대금 협주곡 1번’ ‘가야금 협주곡 1번’과 ‘메나리조 주제에 의한 피리 협주곡’을 발표한 작곡가이자 연주가, 교육자다. 여기에는 이강덕이 생전에 사용하던 거문고와 산조 가야금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황병기의 1~3집 LP음반과 육필 악보, 이성천의 비파, 백대웅 작곡의 무용극 ‘환’의 지휘자보, 전인평이 기증한 도서와 공연 자료가 함께 전시돼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무용의 방’은 한국 발레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안무가 중 임성남·김혜식·문훈숙의 기증품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나들이 신던 발레 슈즈를 기증받아 발레 연습실의 분위기를 연출한 공간이다. 임성남은 1950년 6.25전쟁 직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956년에 귀국하면서 ‘임성남발레단’을 창단했다. 1959년 발표된 ‘회색인’은 한국에 선보인 본격적인 모던 발레로 평가받는다. 1962년 국립극장 전속단체로 국립무용단이 창단됐을 때 초대 단장을 지냈으며 이후 1972년 국립무용단에서 국립발레단이 분리됐을 때 초대 단장을 맡으면서 한국 무용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무용의 방’에는 임성남의 발레 슈즈와 연습복이 들어 있는 가방, 평소 가지고 다니던 가죽 서류 가방이 전시돼 있다. 특히 가방 안에는 꼼꼼하게 메모한 수첩, 안무 노트, 계산기, 가위, 붉은색 형광펜과 사인펜, 수정 테이프 등이 가지런히 들어 있어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그가 사용하던 워드프로세서 ‘라이워드35’와 소니 카세트라디오 및 발레 공연 사진이 전시돼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혜식은 임성남의 제자이자 24세 때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로열발레학교Royal Ballet School에 유학한 한국 해외 유학 발레리나 1호다. 이후 해외에서 발레리나로 활동하다가 1992년 임성남의 권유로 귀국했고, 1993년 국립발레단 2대 단장으로 취임했다. 전시실에는 김혜식의 발레 공연 사진이 전시돼 있다. 문훈숙은 1984년 창단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단장을 지냈다. 문훈숙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문화예술축전 무용제와 1988년 서울 올림픽 문화예술축전 초청 작품으로 공연된 ‘심청’을 창작해 한국 발레의 도약을 이끌었다. 또 1989년 문훈숙이 주연한 ‘지젤’ 공연은 예술적인 면이나 기교 면에서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무용의 방’에는 당시 문훈숙이 지젤 공연에서 착용한 발레 의상 튀튀tutu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28만 점의 공연예술자료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며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을 전시하다’에서는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 중 일부 공간을 골라 차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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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80-5834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
archive.ntok.go.kr

 

글 하을란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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