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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호 Vol. 407

공연을 즐기는 한 끗

내다 / 스페셜 2

국립극장 기획공연 <맥베스> 수어 이해하기

공연을 즐기는 한 끗





수어는 ‘수화 언어’의 줄임말로 소리 대신 손이나 팔, 표정의 움직임을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다. 나라마다 말소리가 다르듯, 수어도 각기 다른 언어로 사용돼 그냥 수어라 하지 않고 ‘한국’수어라 구분해 사용하기도 한다. 한글의 국어 문법과 달리 독자적 문법 체계를 지닌 언어다. 수어의 뜻을 구별해 주는 최소단위인 수화소를 사용해 손으로 뜻을 전하는 수지신호와 손이 아닌 몸짓이나 표정, 입 모양 등으로 뜻을 전하는 비수지신호를 사용한다. 또, 한글의 자모를 따서 말의 의미를 국어 문법과 일치시키는 지문자(지화)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나를 소개하고 이름을 말할 때도 이 지문자를 통해 한 글자씩 소개할 수 있겠으나, 지문자는 한글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농인에게는 시각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수어만의 고유 이름, 일명 ‘얼굴이름’을 만들었다. 이는 이름을 말하고자 하는 이의 특징을 따서 정하기도 하고, 이름의 자모음 일부를 따서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웃는 남자’ ‘안경 쓴 사람’과 같은 식이다.  


기획공연 <맥베스>의 작중 인물 역시,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고유의 이름을 갖는다. 그렇다면 수어에서는 어떻게 이름을 부를까?

자, 그럼 <맥베스> 각 인물의 배역이 무엇인지, 통성명을 나눌 시간이다.





연극 <맥베스>는 할아버지 장례식에 모인 일가친척의 연이은 죽음을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5막으로 이뤄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16개의 주요 장면을 뽑아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연출가 김미란이 한 첫 번째 일은 전체 이야기를 구성해 하나의 연출용 대본을 쓴 것이다. 이것을 수어를 사용하는 배우에게 맞도록 한국수어 대본으로 다시 썼다. 여기에 변사처럼 존재하는 소리꾼을 위한 작창 대본까지 더해져, 세 가지 버전의 대본이 완성됐다. 한국수어 대본이 새롭게 쓰인 이유는 같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언어지만 문법 체계가 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청인 처지에서 자연스러운 문장이 농인 처지에서는 어색할 수 있고, 반대로 농인 처지에서 자연스러운 문장이 청인에게 낯설 수 있다. 


여기, 국립극장 기획공연 <맥베스>의 대사 한 줄이 있다. 연출가의 청인 대본과 농인을 위한 한국수어 대본, 그리고 실제 수어 이미지를 통해 한 줄의 대사이지만, 그 안에 녹아든 작품의 핵심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문장대사

막, 리, B, M, 코더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부 장례식장에서 싹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수어 대사

(예전. 할아버지. 죽다.) 장례식. 곳. 나. 부모(B) 부모(M) 부모. 가다 갑자기. 동시에. 죽다. 죽다. 모두.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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